2015년 9월 20일 일요일

반갸루


이번 게임은 Piccalilli에서 만든 비주얼 노벨 게임 '반갸루'
제목보고 이게 뭥미? 했는데
ばんぎゃる는 비주얼 계 밴드의 여성 팬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고로 이 게임은 비주얼 계 밴드의 여성 팬들에 대한 이야기가 되시겠다.

주인공 다이토는 비주얼 계 밴드에서 메인 보컬을 맡고 있는 남자.
낮에는 알바, 밤에는 밴드 연습으로 하루하루를 지낸다.
밴드는 인기가 없어서 공연장에는 사람들이 좀처럼 모이지 않고
평소와 같이 밴드 공연을 하던 중 주인공의 팬이라고 자칭하는 두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왼쪽이 치루카, 오른쪽이 아논
















아논 루트는 순애, 치루카 루트는 섹프로 요약 가능하다.
아논 루트는 딱 정석적인 연애 노선으로 뻔한 설정이었지만 그만큼 무난하게
먹힌다는 소리도 되니 그냥 짧은 연애 소설을 읽은 느낌이었다.
치루카 루트는 밴드 멤버가 여성 팬과 원나잇하는 이야긴데 여기서 좀 더 나아가
그런 만남이 계속 이어진다면...?식으로 진행되며 결말을 제법 비참하게
그려놓아 교훈적인 뉘앙스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ㅋ...
















2명의 루트를 클리어하고 나면 쥬리라는 캐릭터 루트가 따로 개방된다.
위의 두 히로인과는 다르게, 쥬리는 자기가 마음에 드는 밴드의 원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꿈을 이루게 도와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자기가 지원해준 밴드마다 끝이 안좋아서  밴드계에선 마녀라고 불린다.
그러자 주인공인 다이토가 쥬리의 스폰을 받고 쥬리가 마녀라는 인식을 깨부수고
보란듯이 성공하겠다는 이야기다.

게임 내 색기 담당
















근데 쥬리 루트의 문제는 막판에 억지 감동을 연출하기 위해 밑도 끝도 없이 사건을
툭 던져주고 급전개 패달을 미친듯이 밟는데 그걸 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결말까지 3분 카레를 데우듯이 급하게 팔팔 끓이는데 플레이하는 나의 심정도 팔팔
끓어서 이때까지 잘 조리해 왔던 카레가 3분만에 똥으로 되는 마법을 체험했다.


이 게임이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라면 비주얼계 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런 밴드를 따라다니는 여성 팬들과 얽히는 이야기가 되겠는데 전혀 밴드에 관심이 
없거나 흔한 미연시 게임만 하다 이런 게임을 하면 신선함을 느낄지는 몰라도

소위 밴드에 흥미가 있었거나 주변에 밴드를 하는 친구, 인디 밴드를 해 본 사람이라면
피식 웃을 정도로 가볍게 밴드에 대해 묘사를 해놔서 그냥 판타지를 보는 느낌.
다시 말해 밴드란 소재를 양념 정도로만 그치는데 머물고 있다.


그나마 쥬리 루트에서 주인공이 녹음한 걸 가지고 한 밴드에 입부하러 갔다가
녹음을 뭘로 했는지에 대해서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밴드에 대해 가장
자세하게 나온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밴드의 실정이나 꾸려나가는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다큐밖에
안되겠지만 굳이 다큐가 아니더라도 이 게임은 밴드란 소재를 잘 살려내지 못했다.
방향을 바꿔서 반갸루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인스턴트 컵라면처럼
단순하기 짝이 없다.


아논, 치루카는 어디 하나 나사가 빠져 있으며 이 중 쥬리가 그나마 정상적인데
쥬리는 시나리오 라이터가 마지막을 지뢰로 장식해놔서 폭망.

아니, 지금 당장 생각해도 밴드가 인기없는 시련의 시기를 몇 안되는 팬과
함께 극적으로 이겨내는 과정만 잘 그려나가도 괜찮았을텐데 왜 굳이 왕도를 버리고
이런 말도 안되는 사도(그냥 폭망)를 택했는지 모르겠다. 


이 게임이 2012년에 나왔고 그 뒤로도 서클에서 비주얼 노벨 게임을 몇 개 발매했던데
다 누키게 장르라 스토리는 그냥 포기한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기에는 좀 아까운 게
여기서 조금만 더 개연성을 다듬는다면 훨씬 괜찮아질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지뢰였다면 글을 이렇게 길게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 게임을 양분삼아 다음작이 어떻게 나올지 더 기대되는 그런 서클이랄까.
하지만 지금은 거의 장사를 접은 것 같고 반갸루처럼 스토리도 어느 정도 중요시하는
게임은 안 내놓는 걸로 보아 이걸로 끝이겠지, 뭐.


정리하면 밴드에 대해 구체적으로 게임의 흐름에 중심이 되길 바란다면 out,
밴드나 반갸루에 대해서 가볍게 다루며 적당히 읽을 만한 뽕빨물 게임을 원한다면 go.
다만 치루카 루트나 쥬리 루트의 마지막 지뢰를 밟고 터진 멘탈은 책임 못집니다.

제일 괜찮았던 건 아논 루트.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하고 이야기 전개가
쌩뚱맞은 점은 아쉬운 부분. 이 서클의 2번째 작인 만큼 다음 작에선 더 필력을 갈고 닦아
나아지기를 기대했지만 다음 작들이 하나 같이 전부 누키게라서 그런 건 없엉ㅋ

본편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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