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혼검 람다네로즈로 유명한 MOON KNIGHT SPARKLE의 두 번째 19금 쯔꾸르 RPG.
보통 감상으로 쓸 게임을 정하는 기준이 체험판의 경우 '구매해도 괜찮을까?'하는 게임들을
선정하는데 이 게임은 발매되는 즉시 구매 1순위에 오른 게임 되시겠다.
스토리는 수인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한 외딴 섬에서 카프카란 골방 학자가
연구중이던 약물을 자신의 메이드인 세리카에게 테스트하나 예상과 달리 세리카는
항시 발정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하여 카프카의 명으로 항시 발정 상태를 치료할 수
있는 전설의 만능 식물을 세리카가 찾으러 떠난다는 이야기.
일단 캐릭터들이 제법 많다. 캐릭터마다 스탠딩 CG가 다 갖춰져 있고 캐릭터들끼리
하는 대화가 개그 만담을 보는 것처럼 재밌다. 그러면서도 메인 스토리는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악당을 추적하는 과정이라 너무 늘어지지 않고 적당히 긴장감을 부여하는 편.
게다가 일반적인 클리쉐에 가까운 설정들을 뒤집어서 고정 관념을 깨는 방식은 신선했다.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스포일러가 아닌 예를 하나 들자면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에서 남자 캐릭터들이 쓰레기가 아니다. 이게 뭔소리냐고 할 수 있는데
쯔꾸르 19금 RPG에서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는
웬만하면 다 발정난 토끼마냥 여자 주인공을 보면 덮치고 싶어 안달난 쓰레기들이다.
게임 내 여캐가 플레이어블 캐릭터 밖에 없는지 만나는 놈들마다 하나같이 비정상에다가
정상처럼 보이면 뒤에서 개수작을 부리고 있는 변태 성욕자들 뿐이라 남캐가 나온다하면
또 어떤 병신이지? 하고 의심부터 하게 된다. 사실 이건 여캐가 주인공인 19금 RPG
주 타겟층이 남자이다 보니 남자(혹은 제작자)의 성적 판타지을 대리 충족시켜주는 역할이
남자 캐릭터기에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이긴 한데 문제는 이게 너무 과하다는 것.
단적으로 여캐가 플레이어블인 RPG에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시키려면 남캐를 아예
빼버리던가 아니면 악당, 쓰레기, 건달, 흑막, 약골, 무력한 존재 등 부정적인(뻔한) 역할
로 쓸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남캐를 표현하는데 제약이 있으면 결국 여캐가
주인공인 RPG는 겉은 다르지만 뼈대는 다 비슷비슷한, 의도치 않게 양산형 RPG를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실제로 DLSITE에서 여캐가 주인공인 게임은 역간물은 제외하면 하나같이 다 비슷하다.
심지어 역간물엔 여캐가 주인공인 게임은 손꼽을 정도니 해마다 나오는 게임 중에
독보적인 몇몇 게임들을 제외하곤 여캐 주인공 게임은 뻔하기 짝이 없다.(남캐=병신)
이 점은 제작자가 19금 RPG에서 RPG적인 요소보다 19금 요소에 더 치중할수록 그런
경향을 띄는데 중요한 점은 19금 요소에 이끌려서 게임에 흥미를 가질 수는 있으나
19금 요소가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19금 요소가 아무리 충실해도 RPG란 타이틀을 다는 순간 RPG 즉 게임성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면 결국 CG만 감상하고 삭제하는 1회용 게임이 되어버린다.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성, RPG적인 요소가 얼마나 잘 버무려졌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이건 다시 말해 19금 RPG에서 어디까지나 RPG가 주(主)고 19금 요소가 양념이어야만 한다는 소리다.
단적으로 DLSITE에서 대박친 19금 RPG들을 살펴보면 RPG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
잘 팔려왔지 RPG 요소가 부족하고 19금 요소만 가득한 RPG은 잠깐 동안은 팔릴지 몰라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되려 지뢰 소리를 안 들으면 다행일까.
(dlsite 역대 평가高&dl10,000 이상 게임들 : 몬무스 퀘스트, 적목의 투기장, 리리테일즈,
메이덴 스노우, 파라곤 퀘스트, 부계에 잠든 왕녀의 아바돈, 프린세스 새크리파이스 등)
그러므로 여캐가 주인공인 RPG라 하더라도 남캐를 마냥 성적 대상으로만 묘사하는 건
스토리 상 표현하는데 제약이 반드시 생긴다. 이건 RPG 요소보다 19금 요소에 더
치중해서 생기는 문제다. 보다 훌륭한 스토리를 만드려면 남캐를 평면적이고 제한적인
캐릭터로만 묘사하지 말고 남캐를 보다 더 자유롭게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MADE IN MAIDOG는 남캐에 대한 묘사를 종래의 19금 RPG의 획일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제대로 인격을 갖춘 캐릭터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MADE IN MAIDOG에서 스탠딩 CG가 있는 남캐가 나오자 아, 저 색히 분명 겉으론
멀쩡해도 속은 곪아터진 정신병자 색히일 거야라고 의심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멋지고
당당한 녀석이라는 걸 알았을 땐 썩은 건 내 생각이라는 걸 깨닫고 반성할 정도였으니..
이처럼 MADE IN MAIDOG는 캐릭터들의 묘사에 있어서 여캐 뿐만 아니라 남캐도 개성있는
정상인으로 묘사함으로써 스토리가 더 탄탄해지고, 서브 퀘스트에는 그런 캐릭터들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룸으로써 캐릭터의 깊이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올해 동안 한 19금
쯔꾸르 RPG 중에서 캐릭터성은 가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그것도 체험판이!)
물론 이 게임에서도 위에서 다룬 전형적인 발정난 토끼(스탠딩 CG 없음)는 있다.
중요한 건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요소와 RPG 본연의 요소(스토리, 캐릭터)
두마리의 토끼를 둘다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MADE IN MAIDOG의 캐릭터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서브퀘스트, 전투 시스템, H시스템, 사운드 등에 대해서는 2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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