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31일 토요일

MADE IN MAIDOG 체험판 1부


허혼검 람다네로즈로 유명한 MOON KNIGHT SPARKLE의 두 번째 19금 쯔꾸르 RPG.
보통 감상으로 쓸 게임을 정하는 기준이 체험판의 경우 '구매해도 괜찮을까?'하는 게임들을
선정하는데 이 게임은 발매되는 즉시 구매 1순위에 오른 게임 되시겠다.

오프닝에서부터 범상치 않다
사소하지만 제작자의 정성이 엿보이는 부분

스토리는 수인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한 외딴 섬에서 카프카란 골방 학자가
연구중이던 약물을 자신의 메이드인 세리카에게 테스트하나 예상과 달리 세리카는
항시 발정하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하여 카프카의 명으로 항시 발정 상태를 치료할 수
있는 전설의 만능 식물을 세리카가 찾으러 떠난다는 이야기.

주인공인 세리카부터
동물까지

일단 캐릭터들이 제법 많다. 캐릭터마다 스탠딩 CG가 다 갖춰져 있고 캐릭터들끼리
하는 대화가 개그 만담을 보는 것처럼 재밌다. 그러면서도 메인 스토리는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악당을 추적하는 과정이라 너무 늘어지지 않고 적당히 긴장감을 부여하는 편.

캐릭터들 간의 재미진 대화와
다양한 표정들이 압권

게다가 일반적인 클리쉐에 가까운 설정들을 뒤집어서 고정 관념을 깨는 방식은 신선했다.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스포일러가 아닌 예를 하나 들자면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에서 남자 캐릭터들이 쓰레기가 아니다. 이게 뭔소리냐고 할 수 있는데
쯔꾸르 19금 RPG에서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는
웬만하면 다 발정난 토끼마냥 여자 주인공을 보면 덮치고 싶어 안달난 쓰레기들이다.

남캐가 나온다고!
그것도 한, 둘이 아냐?!

게임 내 여캐가 플레이어블 캐릭터 밖에 없는지 만나는 놈들마다 하나같이 비정상에다가
정상처럼 보이면 뒤에서 개수작을 부리고 있는 변태 성욕자들 뿐이라 남캐가 나온다하면
또 어떤 병신이지? 하고 의심부터 하게 된다. 사실 이건 여캐가 주인공인 19금 RPG
주 타겟층이 남자이다 보니 남자(혹은 제작자)의 성적 판타지을 대리 충족시켜주는 역할이
남자 캐릭터기에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이긴 한데 문제는 이게 너무 과하다는 것.

외모로만 판단하면
억울합니다(진지)

단적으로 여캐가 플레이어블인 RPG에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시키려면 남캐를 아예
빼버리던가 아니면 악당, 쓰레기, 건달, 흑막, 약골, 무력한 존재 등 부정적인(뻔한) 역할
로 쓸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남캐를 표현하는데 제약이 있으면 결국 여캐가
주인공인 RPG는 겉은 다르지만 뼈대는 다 비슷비슷한, 의도치 않게 양산형 RPG를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여자인가
남자인가

실제로 DLSITE에서 여캐가 주인공인 게임은 역간물은 제외하면 하나같이 다 비슷하다.
심지어 역간물엔 여캐가 주인공인 게임은 손꼽을 정도니 해마다 나오는 게임 중에
독보적인 몇몇 게임들을 제외하곤 여캐 주인공 게임은 뻔하기 짝이 없다.(남캐=병신)

이 점은 제작자가 19금 RPG에서 RPG적인 요소보다 19금 요소에 더 치중할수록 그런
경향을 띄는데 중요한 점은 19금 요소에 이끌려서 게임에 흥미를 가질 수는 있으나
19금 요소가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만들어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딱 봐도 나쁜 놈
이래 봬도 착한 사람

19금 요소가 아무리 충실해도 RPG란 타이틀을 다는 순간 RPG 즉 게임성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면 결국 CG만 감상하고 삭제하는 1회용 게임이 되어버린다.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성, RPG적인 요소가 얼마나 잘 버무려졌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이건 다시 말해 19금 RPG에서 어디까지나 RPG가 주(主)고 19금 요소가 양념이어야만 한다는 소리다.
단적으로 DLSITE에서 대박친 19금 RPG들을 살펴보면 RPG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
잘 팔려왔지 RPG 요소가 부족하고 19금 요소만 가득한 RPG은 잠깐 동안은 팔릴지 몰라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되려 지뢰 소리를 안 들으면 다행일까.

(dlsite 역대 평가高&dl10,000 이상 게임들 : 몬무스 퀘스트, 적목의 투기장, 리리테일즈,
메이덴 스노우, 파라곤 퀘스트, 부계에 잠든 왕녀의 아바돈, 프린세스 새크리파이스 등)

선악에는 성별이 없습니다
속지마, 나쁜 X이야

그러므로 여캐가 주인공인 RPG라 하더라도 남캐를 마냥 성적 대상으로만 묘사하는 건
스토리 상 표현하는데 제약이 반드시 생긴다. 이건 RPG 요소보다 19금 요소에 더
치중해서 생기는 문제다. 보다 훌륭한 스토리를 만드려면 남캐를 평면적이고 제한적인
캐릭터로만 묘사하지 말고 남캐를 보다 더 자유롭게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멋진 녀석1
좋은 녀석2

그런 면에서 MADE IN MAIDOG는 남캐에 대한 묘사를 종래의 19금 RPG의 획일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제대로 인격을 갖춘 캐릭터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MADE IN MAIDOG에서 스탠딩 CG가 있는 남캐가 나오자 아, 저 색히 분명 겉으론
멀쩡해도 속은 곪아터진 정신병자 색히일 거야라고 의심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멋지고
당당한 녀석이라는 걸 알았을 땐 썩은 건 내 생각이라는 걸 깨닫고 반성할 정도였으니..

이처럼 MADE IN MAIDOG는 캐릭터들의 묘사에 있어서 여캐 뿐만 아니라 남캐도 개성있는
정상인으로 묘사함으로써 스토리가 더 탄탄해지고, 서브 퀘스트에는 그런 캐릭터들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룸으로써 캐릭터의 깊이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올해 동안 한 19금
쯔꾸르 RPG 중에서 캐릭터성은 가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그것도 체험판이!)

철컹철컹
심지어 상인도 스탠딩 CG가 있다

물론 이 게임에서도 위에서 다룬 전형적인 발정난 토끼(스탠딩 CG 없음)는 있다.
중요한 건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요소와 RPG 본연의 요소(스토리, 캐릭터)
두마리의 토끼를 둘다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MADE IN MAIDOG의 캐릭터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서브퀘스트, 전투 시스템, H시스템, 사운드 등에 대해서는 2부로..

2015년 10월 27일 화요일

Blood price 체험판


이번 게임은 내년 초에 발매될 게임인 'Blood price'
1인 서클의 첫 19금 쯔꾸르 게임이며 dlsite에 15년 4월에 등록했으나
발매가 계속해서 연기되자 댓글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게임이기도 하다.

댓글 배틀로 제작자가 게임에 아예 손을 놓은 사례도 있고(사키퀘) 유명한
거북이 서클도 댓글 배틀로 말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이 제작자는 아직
의욕을 잃진 않은 듯하다.(하긴 제작중에 더 힘든 일도 있었으니)


보통 게임이 늦게 나온다고 댓글 배틀이 벌어진다는 소리는 다른 말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인기작이란 소리이기도 하다.
관심도 없는 게임 같은 경우엔 댓글이 달리지도 않는다.

그런 면에서 블러드 프라이스는 4월에 dlsite에 체험판과 함께 등록된 뒤
즐겨찾기 수 2612라는 어마어마한 기대를 받고 있는 게임이다.
(현재까지 dlsite에 등록된 미발매 게임들 중에서 기대작 5위)


주인공은 아버지가 다스리는 평화로운 땅에서 인간과 마족들이 사이 좋게 살고 있었지만
어느날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되고 수행원들과도 헤어지고 만다.
헤어진 종자들을 찾기 위해 그리고 사건을 일으킨 원흉을 족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뱀파이어 미나의 이야기.(제작자 소개문에서 인용)


피자를 매우 좋아합니다.
책을 보면 잠이 옵니다.

스토리 초반에 아버지가 죽는 것치고는 분위기가 밝다. 제작자가 우울한 노선을 선호하진 않는 듯.
주인공도 밝고 멍청하며(?), 순수한 캐릭터에다 주변에 나오는 다른 캐릭터들도 해맑아서 눈이 부실 정도.
그림체도 상당히 귀엽고 앙증맞은 느낌이라 여러모로 가벼운 분위기.

주인공이 뱀파이어라는 특이점으로 날개를 접었다 펼 수 있는데
마족을 적대하는 마을에서는 날개를 접어 인간처럼 행동하거나 아니면
날개를 펴서 마족 행세를 하면 이벤트가 생기는 등 이런 식의 이벤트용 기능으로 보인다.
체험판에서는 맛보기 정도로만 사용 가능.


마음의 그릇 수치가 0이면 도둑질은 나뻐!지만
더럽혀질수록....?

게임은 멀티 엔딩 시스템으로 개발중이며 그와 관련된 아이템이 바로 '마음의 그릇.'
마음의 그릇은 수치로 표현되며 최초엔 0, 몬스터들에게 범해지거나 도둑질, 기타 양심에 저촉될 행위를 하면
수치가 점차 올라가며 수치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이 바뀌고 최후에는 엔딩까지 바뀐다고 한다.
본편에서는 이 수치가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의 핵심 시스템인 만큼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얘는 그렇다 쳐도
얘는? 참고로 수인 아님

게임을 하는 내내 감탄했던 부분은 제작자가 CG를 아낌없이 그렸다는 점.
캐릭터 스탠딩 CG 변화에서부터 엑스트라로 때워도 될 캐릭터에도 CG, H씬도 차분으로 3~4장은 기본.
본편에는 기본 CG만 35장이라고 하는데 차분까지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그려내고 있는 셈. 
게다가 몬스터 CG도 쯔꾸르 툴에 있는 기본 CG를 전혀 쓰지 않고 몬스터 CG를 다 그린 걸 보고 우와...

슬라임 5형제!
버섯+나무+벌=목적은 하나!

전투 시스템에 대해 말해보자면 전형적인 쯔꾸르 RPG 스타일.(너도 한 대, 나도 한 대)
다른 점은 위에도 말한 것처럼 몬스터 cg를 전부 그렸다는 점과 속성별 약점이 있다.
속성별 약점이 중요한 게 이거라도 없으면 가뜩이나 거기서 거기인 쯔꾸르 전투 스타일에
데미지 제일 쎈 기술 연타로만 끝나는, 무뇌 연타 노잼 RPG가 되기 때문.

게다가 이 게임의 전투 난이도는 시작하자마자 몹 잡으러 가면 게임 오버가 손잡고 쎄쎄쎄하는 사랑스런 난이도를 자랑한다.
적들 수가 기본적으로 3마리에서 시작하며 심심치 않게 5마리 넉넉하게 채워주는 제작자의 훈훈한 인심을 맛볼 수 있다.

보스전 앞에는 이상한 요정이 세이브 하라신다
보스를 잡았더니 3렙이 올랐어요. 응?

그래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아이템을 비롯하여 체력, 마나 포션, 해독제 등 아이템들을 모아야 한다. 
적들 수가 한 화면에 많이 나오는 만큼 범위형 마법이 효과적이며 여기에 속성별 약점을 공략하면 생각보다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체험판에는 2마리의 보스전이 있는데 보스전 앞마다 자신을 메타 요정이라고 밝히며 세이브를 강요한다.
제작자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는데 문제는 세이브한 뒤에 보스전에서 신나게 죽으니까
왠지 모르게 제작자가 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단 말이지.. 
특히 첫 번째 보스는 튜토리얼 보스~호구호구~하고 잡으러 가면 옛다 H씬~하며 보스께서 친히 썰어주신다.
아, 그렇다 해서 두 번째 보스가 쉽다는 건 아니다.

숨겨진 아이템은 훌륭한 공급원이죠
적의 약점을 모를 땐 책을 찾읍시다

아쉽게도 다른 유저들도 제법 높은 난이도에 대해서 제작자에게 피드백을 했는지
본편에서는 난이도가 쉬워질 것이라고 한다.
난이도가 어렵다고 해서 말도 안되는 수준인 게 아니라 맵을 꼼꼼히 탐험해서
아이템을싸그리 모은 뒤 보스의 약점을 파악하면 약점만 쓰다듬기.라는 지극히 RPG스런 맵 탐험&보스전인데 

솔직히 데미지도 제대로 못 주는 지나가던 몹A한테 어떻게든 일부러 져서 H씬 회수하는 것보다야
적당히 쎈 난이도에서 싸우다 보니 어라, 졌네? H씬 회수하고 다음엔 어떻게 공격하지?
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RPG 본연의 재미를  살린다고 생각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야 사람마다 다른 법이니..

전통적인 슬라임에서
벌레는 기본!

H씬은 이종간 능욕물 되시겠다. 제작자 말로는 후반부에는 대인전, 마족전까지 뛴다고 한다.
이게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체에서 하드한 이종간 플레이가 펼쳐지니 그 간극이 어마어마하다.
텍스트도 쾌락 중시보단 고통스러운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마치 그림체만 보면 순애물인 줄 알았지?
유감ㅋ, 료나물이었습니다 하고 통수를 맞은 기분이랄까.
차분 CG도 많아서 제작자의 료나물에 대한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서클의 첫 쯔꾸르 RPG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성을 팍팍 넣어서 만드는 게임, Blood price.
체험판에는 없던 요소인 게임 중 우측 스탠딩 CG표현, 처녀성 플레이를 또 추가한다고 하니
여러모로 완성작이 기대되는 게임이다.  부디,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게임이 무사히
발매되기를 바라면서 체험판 감상은 여기서 끝~

체험판 평점 : ★★★★★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엘레나 퀘스트 ~ 이주 처녀 모험 RPG ~ 체험판



오랜만에 남기는 감상으로 엘레나 퀘스트(체험판)가 당첨.

쯔꾸르 게임이란 게 대부분 아마추어가 모여서 만든 게임이다 보니
소수의 뛰어난 작품들을 제외하곤 비슷한 사운드, 비슷한 메뉴창, 비슷한 전투로
분명 처음하는 게임인데도 따분함을 초고속으로 느끼는 불상사가 종종 생긴다.

쯔꾸르라는 동일한 툴을 쓰면서 생기는 단점이랄까.
그래서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제작자들은 스크립트를 활용해서 최대한 다르게
보이려고 신경써서 어떻게든 익숙함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오죽하면 쯔꾸르 기본 에셋과 얼마나 다른지에 따라 게임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수 있는 지표로 참고할 수 있을 정도니.

그런 면에서 엘레나 퀘스트는 무려 1년 3개월이란 개발 기간 끝에 나온 만큼
제작자가 스크립트를 어마무시하게 쓴 게임, 떼깔부터 다른 게임 되시겠다.


게임의 오프닝은 웬 수상한 녀석들이 지하에 수십 년씩이나 감금되어 있다가
마침내 탈출하여 한 마을의 촌장과 경비들을 살해한 뒤, 거기의 촌장이 되어 마을을 지배.
신성한 의무라고 하여 강압적으로 마을 주민들을 착취하는, 빅브라더 부럽지 않은 마을에서
시작한다.

처음 애네들 봤을 때 무슨 암굴왕처럼 복수!복수!복수!할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지상으로 나오니까 하는 짓이 촌장 노릇이나 하고 있으니 소박한 건지..
아니면 현실적인 건지.. 게다가 말이 촌장이지, 영락없는 고리대금업자다.


주인공인 엘레나는 성년이 되어 신성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입장.
어떻게든 부모님의 노동 부담을 덜어들이고자 겁도 없이 촌장과 거래를 시도하게 되고
그 결과 오십만 골드를 90일 안에 촌장한테 갖다 받쳐야하는 빚쟁이 신세가 되고 만다.

특이한 점으로 주인공 피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갈색, 흰색)
한 번 선택한 뒤에도 게임 내 아이템으로 피부 색상을 다시 바꿀 수 있다.
이건 아마 제작자의 취향이 반영된 것일까..?


그리하여 90일 내에 50만 골드를 벌어오는 게 게임의 목적이다.
보통 일반적인 rpg가 '용사여, 마왕을 물리쳐라'라면 일단 동료도 모아야 하고,
4대 천왕을 때려잡든, 다른 마을로 가서 봉인의 무구를 찾든 이것저것 해야할 것이 많은데
할 거리가 많다는 것은 단점으로 뭘 해야할지 막막함을 느끼기가 쉬운데(사쿠라코 퀘스트)
'90일 내에 50만 골드 벌어오기'는 한 눈에 봐도 게임의 목적이 간단명료하여
게임을 헤멜 걱정이 없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



이 게임에는 아침, 오후, 저녁, 심야 4단계의 시간 변화가 있는데 으레 이런 게임들의
시간 변화란 으쌰으쌰 이벤트를 위한 것이 전부이나 여기에선 정말로 시간이 흘러가므로
90일이라는 정해진 기한 동안 시간을 잘 활용하여 돈을 모아야 한다.
게임의 목적에 맞게 시간 변화라는 게임의 시스템을 잘 버무린 케이스.


다음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게임 내 '과정'에 대한 묘사가 충실하다는 점이다.
초반부터 필드에 나가서 몹을 잡으려고 하면 캐릭터가 벅차다면서 도망친다.
주인공은 평범한 마을에서 자란 평범한 주인공이라서 그렇단다.
그래서 바운티 센터에 가서 현상 수배 벽지를 2번 봐야 수련 이벤트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싸울 수 있게 된다.


여기서 감탄했던 건 단순 이벤트 처리에서 그치지 않고 수련 중에 게임 내 시간이 14일이
흐른다는 것! 그 뿐만 아니라 메이드 까페에 가서 알바를 하고 싶다고 하면 알바복을
따로 사야 된다고 한다. 주인공은 당연히 땡전 한 푼 없는 상황. 그러자 웬 부잣집 주인이
대신 돈을 내준다. (이렇게 되면 주인공이 메이드 까페에서 부잣집 주인이 뭔 짓을 해도
엘레나가 쉽게 거부하지 못하는 당위성이 생김)


게다가 저기서 끝나지 않고 메이드 까페 알바를 하기 위해서 NPC가 하라는 대로
이것저것 조건을 만족시키러 뛰어다니다보면 자연스레 마을의 가게들은 한 번씩 다
들러보게 된다. 따로 튜토리얼을 만들지 않고 게임 내에 튜토리얼을 자연스럽게 녹인 부분.
그렇게 소소하게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자연스레 굵직한 퀘스트로 넘어가게 된다.

이처럼 퀘스트를 풀어가는 과정을 충실하게 묘사한 걸 보면 RPG의 근본적인 재미인
상호작용이란 요소를 제작자가 상당히 공들여서 만들어놨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주인공을 노예처럼 막 부려먹는 RPG의 전통을 충실히 재현)


대단한 건 이런 과정에 대한 묘사가 H이벤트까지 연결된다.
가령 초반 어린아이가 아이스께끼하는 이벤트 → 주인공이 비명을 지르자 소리를 듣고
아이의 아빠가 찾아옴 → 알고 보니 아빠는 여관 주인 → 여관이 한참 바쁠 땐 아이를
신경쓰질 못한다고 → 주인공보고 애 돌보는 알바를 부탁 → 그 후 18~22시에 여관을 가면
애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알바가 생김 → 애를 씻어주기 위해 목욕탕을 가는데
애랑 같이 들어가기 위해서 혼욕탕을 가게 됨. → ㅋ?


다른 19금 쯔꾸르 게임 같으면 다 따로 놀았을 이벤트들이 이 게임에선
아이스께끼 → 혼욕 → ㅋ? → ㅋㅋ? 까지 이어지는 H 이벤트의 연속성을 맛볼 수 있다.
19금의 맛과 RPG의 상호작용을 섞어 그야말로 19금 RPG의 참맛이 아닐 수 없다.


 90일이라는 기한 동안 어떻게든 50만 골드를 모아야한다는 게임의 목적에 맞게 짜여진
게임 시스템과 단발성 이벤트에 끝나지 않고 사건과 사건이 이어지는 구조. 체험판만으로도
게임이 '나 1년 3개월의 시간을 그냥 허투루 쓴 게 아님.'하고 당당히 말하는 듯한 완성도까지.


그 외에 체험판에는 알 수 없었던 임신도와 악(惡)도와 같은 패러미터들, 게임 내 곳곳에
뿌려져 있던 떡밥(촌장의 정체, 주인공이 마을 떠나기 전에 부모님한테 받은 옷, 주인공의
수련을 도와준 스승의 정체, 저택 주인이 주인공을 도운 까닭 등) 이것이 맥거핀이 될지,
아니면 제대로 회수를 하여 복선이 될지는 본편의 뚜껑을 까봐야 알겠지만
체험판 자체로만 판단한다면 당장 본편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정통파 RPG였다.

체험판 평점 : ★☆


참고사항
-H효과음이 없다.
-주인공이 빗치 속성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민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