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게임은 '좀비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만이 습격 당하지 않아'입니다.
몹시 라노벨스러운 게임 제목인데 라노벨은 아니고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비주얼 노벨 게임입니다.
처음엔 그냥 오, 그림체 좋네.하고 지나쳤던 게임이지만 리뷰들이 하나같이 호평일색이라 뭐가 그리 재밌지? 하는 호기심도 일고,
비주얼 노벨이란 장르 게임도 한 적이 오래되었는지라 이참에 요 게임을 한 번 해보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클리어하자마자 느낀 건 재밌는데 짧어! 였습니다. 짧아요. 3시간이면 클리어 가능하고 분기도 없습니다. 외길 진행..
하지만 스토리도 엉망진창에다가 스토리 텔링도 폭망이면 플레이 타임이 길어봤자 고문하는 것밖에 안되죠.
그와 반대로 이 게임은 정말 재밌는 만화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다음에 계속'이란 문구를 본 기분이랄까요.
그 정도로 게임의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지루해질만하면 전개가 빨라진다던가, 새로운 사건이 터져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죠.
게다가 이 제작사가 본격적으로 만든 첫 비주얼 노벨 작품+동인작품임에도 CG, 효과음, 연출 어느 하나 메이저 제작사에 뒤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시나리오는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더 수월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이보다 한참 못한 메이저 제작사들은 반성 좀 해야 할 정도로요.
타이틀에도 있는 캐릭터, 쿠로세 토키코. 사실 그녀는...
주인공인 타케무라 요스케는 회사에서 짤리고 백수 신세인 상태에서 일주일 동안 방콕해서 게임만 하고 놉니다.
그러던 어느날 밖에 나와보니, 세.계.멸.망. 주인공은 그런 줄도 모르고 나섰다가 좀비한테 팔을 물리고는 집으로 재빨리 도망칩니다.
좀비한테 물리면 24시간 내에 좀비로 변하지만 웬걸? 주인공은 3일이 지나도록 좀비로 변하지 않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좀비들이 자신을 마치 공기 보는 양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거리낌 없이 도시를 활보하게 되고, 그러던 중 생존자를 만나게 되는데...
줄거리만 보면 어디봐도 흔하디 흔한 좀비물인데 이 게임만의 독특함은 바로 주인공에게 있습니다.
주인공이 방콕하면서 일주일 동안 라스트 오브 어스만 했는지, 겁나 시니컬합니다.
세상이 붕괴되고 사람들이 죽어나는 세상에서 지극히 냉정하고 자신만을 최우선시 하는 판단을 내리죠.
흔한 라노벨 주인공처럼 정의에 불타오르거나 주변에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내버려두지 못하는 백기사 or 흑기사 같은 녀석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해타산적이고 의심이 많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선 주인공이 이런 성격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사란 떡밥을 잠깐 던져 놓기도 합니다.
이런 주인공의 성격을 초반에 대놓고 드러내는 게, 위의 스샷에 나오는 모녀입니다.
여기서 흔한 누키게 게임 : 얏호! 붕가붕가다!, 일반 라노벨 : 내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줄게! 이런 식이라면
이 게임의 주인공 요스케는 모녀가 동행해도 되냐고 묻자 요스케는 당시 자기만 좀비한테 습격을 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라서
다른 사람들도 좀비한테 습격 당하지 않으려나? 이런 안이한 생각으로 모녀와 함께 아파트를 나서지만.....결과는...
이처럼 주인공은 좀비가 자신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으니 오히려 좀비보다 사람을 피해야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기가 좀비에게 습격당하지 않고 면역이란 사실을 자위대에게 알리면 자기는 해부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사실을 숨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주인공은 지극히 자기 중심적으로 모든 관계를 따지는 타산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지요. 어쩌면 현실적이라 볼 수도 있구요.
물론 이런 주인공은 다른 소설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하실 수도 있지만 비주얼 노벨, 동인 게임, 히로인과 뽕짝뽕짝하는 게
주류인 요런 장르에서 이런 주인공은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그도 이 게임의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생존자 후지노 미츠키를 만나게 됩니다.
이 히로인과 만나게 되면서 주인공은 점차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와 같은 일은 조금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해타산적인 주인공이 흔한 라노벨 히로인 같은 인물과의 만남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핑크빛 만연한 이야기라기보단
나름 색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쓰지는 못하지만 여주인공이 어멋, 멋진 남자!라고 갑자기 반하거나, 주인공이 오, 이 여자는 꼭 지켜줘야 해!
난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와 같은 병맛 넘치는 연출은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요스케와 미츠키의 심리 묘사를 출중하게 그려내며 둘의 만남으로 인한 미묘한 변화를 그려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주인공인 요스케의 독백은 게임 내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은 3시간 정도 플레이하면 클리어될 정도로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짧은 내용을 흡입력 있게 전달하여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매력이 넘치는 히로인과 그런 히로인과 정반대인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구요.
게임 내 풀리지 않는 떡밥도 곳곳에 뿌려져 있어서 게임이 끝나고 나서 떡밥에 허우적거릴 요소도 많습니다.
to be continue로 끝나는 게 욕이 나오기보단 다음 작품이 더 기다려지는 작품, '좀비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만이 습격 당하지 않아'였습니다.
본편 평점 : ★★★★☆
※스포일러 주의(드래그) 게임이 워낙 흥미진진해서 원작 인터넷 소설을 찾아 읽어 봤습니다. .....후속작 나오긴 글렀습니다. 요 서클이 인터넷 소설을 비주얼 노벨화해서 파는 애들인데, 이 다음작으로 다른 유명한 소설을 게임화시켰습니다. 제목은 기억 안나는데 전형적인 그 쪽 게열 소설이라 제목만 보고 패스했거든요. 즉 '좀비가~당하지 않아'는 서클에서 딱 재밌는 부분까지 게임화한 거였고 게임 다음 부분부터는 쭈욱 늘어집니다. 쿠로세 토키코는 공기화되고 후지노 미츠키는 어이없을 정도로 수동적인 캐릭터화 되질 않나.. 주인공은 자기 스스로 모순되는 말을 마구 내뱉다가 작가 오너캐가 되어 메리 수 놀이에나 푹 빠지고.. 마지막에는 흑기사인마냥 모든 욕을 인간들한테 바가지로 들어먹고 나 좀비랑 함께 살랭까지 보고 때려치웠지만 굳이 다시 찾아서 보고 싶지는 않군요. 게임화된 부분을 생각하면 왜 이런 꼴이 되었나 싶을 정도로 아쉽네요.. |
2015년 8월 31일 월요일
좀비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만이 습격 당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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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링을 하다가 들어왔습니다. 리뷰글인데 감사한다는 글을 남겨도 될지... 가,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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