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31일 월요일

Silver Sunrise


이번 게임은 알만툴 RPG '실버 선라이즈'입니다.
이름도 요상한 도라코루금이란 대륙에 있는 작은 마을인 모리스에서 사는 소녀 실버의 모험담을 그린 게임이죠.
으레 모험담이라고 하면 세계를 뒤흔드는 어마무시하지만 사실 착했던 마왕과 이를 물리치려는 영웅들의 패악질이 기본인데
실버 선라이즈는, 
실버가 평소대로 수련장에서 검을 수련하던 중 한 처자가 남정네들한테 쫓기는 걸 보게 되자 정의감에 불타는 실버는
처자를 도와 남정네들을 물리치는데 실패해 헤헷, 민나 파라섹......가 아니라!
남정네들을 물리치고 처자를 구해내게 되는데...라는 이야기입니다.

힘쎄고 강한 아침! 내 이름은 실버!
구해준 처자는 사실 엘프...그래서 뭐?

이처럼 실버 선라이즈는 여타의 모험담을 다룬 게임과 다르게 스케일 자체는 크진 않지만
스케일이 작은 만큼 소소한 디테일에 신경써서 속을 꽉 채운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 내 대사에 따라 인물들의 표정이 다양하게 변하는 것을 예로 들 수가 있겠네요.

이 게임의 특이한 점으로는 RPG게임엔 거진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서브 퀘스트가 없다는 점일텐데요. 
하지만 서브퀘스트 대신 다양한 이벤트들을 곳곳에 배치해 둠으로써 오히려 이거 해라 저거 해란 식으로 노예가 되는 주인공보다 
이벤트의 특성을 살려 재미난 인물간의 대화와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놨습니다.

게다가 이벤트마다 주인공에게 선택지를 던져주는데 무엇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소소하게 이벤트 내용이 바뀝니다.
이벤트도 뜬금없이 터지지 않고 어디까지나 스토리의 개연성이란 큰 줄기 하에서 유저가 지루함을 느낄랑말랑할 때 똭하고 던져줍니다.
물론 가장 덜 지루한 방법은 그거죠. 그거 괜히 19금 쯔꾸르 게임이겠습니까.

엘프는 보답으로 라면 먹고 갈래를 시전했다!
거절했더니 실버의 옷을 넝마로 만들었다!

남자든 여자든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흡혈귀와 합체해서 지름길로 간다 VS 흡혈귀 법규! 스스로 길을 찾는다

RPG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전투 시스템이겠죠. 
게임의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BGM이 훌륭해도, 전투 시스템이 망이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기존의 알만툴 RPG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심볼 인카운트제의 '액션' RPG입니다.
액션 RPG이다 보니 시원시원하게 적을 썰며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죠.

실버는 근접 공격과 마법 2종류로 적을 공격할 수 있으며 
마법은 4속성으로 적의 약점에 맞게 쓰면 데미지가 더 들어갑니다.
다만 적들은 보스를 제외하곤 다 비슷한 패턴이라 
그냥 포션빨면서 공격 버튼만 누르면 다 쓸려나가는, 쾌적한(?) 진행이 가능합니다.
무기와 방어구도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얻는 장비들로 충분해서 진행에 편리함을 더합니다.
(다르게 보면 장비의 다양성 부족..)
장비수가 다양하진 않지만 모든 방어구마다 전용 CG가 있으며, 체력에 따라 방어구의 파손 정도도 구현해놨습니다.

한 번이라도 슬라임의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셨습니까!
그저 새로운 마법을 테스트하기 좋은 몰모트라 할 수 있죠.

이처럼 다소 가벼운 액션 RPG 성향을 띄어 자칫 전투가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것을 제작자는 앞서 말씀드렸던 다양한 이벤트와 그리고 잘 만든 맵 디자인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게임 내 맵은 숲, 노예 저택, 동굴, 성 등 다양한 배경이 있으며 배경마다 곳곳에 상자나 트랩, 스위치를 배치해서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노예 저택같은 경우 곳곳에 잠긴 문과 스위치를 배치하여 가볍게 풀 수 있는 미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이로운 함정이다
쉽다고 했지만 스위치를 못찾아서 30분간 헤맸다는 건 안비밀..

실버 선라이즈는 알만툴하면 떠오르는 턴방식과 뻔한 칩셋, 늘 들어왔던 BGM에 질려했던 저에게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신선한 게임이었습니다.
사소한 사건에서부터 시작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가볍고 빠른 전투, 재미난 이벤트와 섹드립 넘치는 인물들까지
이상 작지만 단단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알만툴 액션 RPG 실버 선라이즈였습니다.

본편 평점 : ★☆

H신이 다 비슷한 종류라는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랄까

Demon's Sperm


이번에 소개해드릴 게임은 FULLFLAP이란 제작사가 만든 Demon's Sperm입니다.
'악마의 정자'란 이 게임의 스토리는 '이 나라 정자에 지배됨. 정자는 힘의 상징. 주인공 더 강한 정자 찾으러 던전 탐험ㄱㄱ'이랍니다.

스토리만 보면 안드로메다로 바로 직행할 지뢰급 폭탄 스멜이 솔솔 풍겨오지만 애시당초 요런 뽕빨물 게임에 제대로 된 스토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와 같다. 있어야 하겠지만 중요하진 않다.'란 모 유명한 13류 개발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게임은 무려 포르노+게임이 합쳐진 께임이므로 스토리따윈 하늘을 뚫고 안드로메다로 날라가든 맨틀을 뚫고 내핵까지 파고들든
전혀 눈꼽만큼도 상관없는 양질의 께임이 되겠습니다. 속된 말로 '맛만 좋으면 됐지.'라고 하죠.
그럼 이게 지뢰인지 아닌지는 잠깐 아래의 영상을 보고 판단해볼까요?



드럽게 못하네
사실 발매된 지 시간이 좀 지났으니 이 게임에 대해선 아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혹시 이 게임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분들도 위 영상을 보시면 지뢰랑은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아시겠죠?
게다가 제작 서클인 FULLFLAP은 테크노 브레이커, 버섯나라 공주님, 에로리, 음마의 권 그리고 최신작인 데몬즈 스펌까지
2D 도트 액션 게임만을 만들어온 서클이기도 합니다.


본격 탐험 액션 께임
낯선 곳에서 익숙한 냄새가 난다..


그리고 제가 이 게임을 소개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소울 시리즈랑 닮아서'였습니다.
네, 최근 블러드본으로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만든 소울 시리즈요.
제목도 데몬즈 소울에서 스펌으로 바꾼 건데, 게임은 다크 소울도 막 섞어 놨습니다.
심지어 게임 내 소울의 역할도 똑같습니다. 화폐 겸 경험치로 그냥 이름을 소울 대신에 스펌(정자..)으로 바꾼 거죠.
그래서 소울 시리즈의 팬이라면 아무런 진입장벽없이 마치 시몽스 침대에 누운 것처럼 편안하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으며
회차를 넘어가면 소울 시리즈를 할 때 패드를 파.괴.하고 싶었던 충동을 요 게임에서 맛볼 정도로 꽤 소울 시리즈의 맛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찰진 손맛!
이런 건 따라하지 않아도 되는데..


특히 액션 게임에서 중요한 건 조작감과 판정인데, 2D 액션 게임 한 우물만 파온 서클답게 게임이 지랄맞아서 짜증이 샘솟기보단
유다희가 뜨면 자신의 손을 쳐다보며 패드를 쓰담쓰담 해줄정도로 조작감이 뛰어나며 판정도 적절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난이도도 쉬움, 중간, 어려움으로 고를 수 있게 해놨으며 화톳불, 이 게임에선 크리스털에 해당하는 세이브 포인트도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어
라이트 유저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크소울은 화톳불을 숨기지만 이 게임은 보스전 앞에 꼭 세이브 포인트를 놔둡니다.)

어디선가 많이 봤는데..
소울을 0 회수했다. 이 말은 곧...


그렇다고 해서 난이도가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소울 시리즈처럼 죽으면 스펌을 퉷하고 뱉으며, 흘린 스펌을 주으러 가다가 죽으면 아시다시피 전에 떨어트렸던 스펌은 8:45 하늘나라로...
덧붙여 회차가 넘어가게 되면 각 맵당 세이브 포인트는 하나로 제한되며(보스전 앞? 그게 뭐죠?) 적들의 체력과 공격력이 급상승하게 됩니다.
저는 2회차까지 클리어했는데 도중에 패드를 한 번 약력기로 착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네, 뭐, 생각보다 튼튼하더라구요.


체력이 50%이하가 되면 옷이 찢어집니다.
(거슬리면 옵션에서 변경가능)
YOU DIED



무기 종류는 검&방패, 대검, 창&방패, 활, 주먹 이렇게 5가지가 있으며, 상점을 통해 사거나 상자를 열어서 새로운 무기를 얻는 방식입니다.
무기의 종류가 적지만 종류마다 차이점이 뚜렷하고 무기 2개를 장착하여 상황에 맞게 스왑해서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무기 종류야 동인 게임이니 적다고 쳐도 무기들의 성능이 단순히 공격력만 강해지는 수준이라 그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색다른 무기가 2개 정도 있는데 일반적인 플레이로는 찾기가 힘들며 둘 다 숨겨져 있습니다.(요마도와 사신검)

뽁뽁이!
just guard 시 스테미나가 줄지 않습니다.


스테이지 구성은 데몬즈 소울의 쐐기신전처럼 NPC들이 모여있는 거점이 하나 있고, 거점에서 나머지 4개의 스테이지를 깨는 방식입니다.
마지막 스테이지는 앞의 3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열리며,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직진으로 가면 다른 2개의 스테이지로도 갈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총 6개의 스테이지(7마리의 보스)가 있으며 보스는 3마리 정도 제외하고는 평이한 편입니다.
어...음... 그리고 숨겨진 던전이 있다고 하며 숨겨진 던전에는 진보스 2마리와 세이브 포인트가 없는 보스 레이드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찾지를 못했어요...


흑기사(진보스)
참고로 화면처럼 활꼼수는 통하지 않습니다.
님, 저 맘에 안들죠?



게임이 던전 탐험을 표방하는 만큼 맵의 길이가 길고 숏컷을 만들어 놓아서 맵의 구성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길이 복잡하면 헤멜 우려도 있는데 지도를 확인할 수 있어서 쾌적한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구요.
각 스테이지마다 특이한 장치(&함정)와 다양한 몹들로 채워져 있어서 재탕삼탕을 느낄 일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플레이타임도 동인서클에서 만든 액션게임답지 않게 상당한 편입니다.(1회차 기준 7~8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이런 기믹과
함정은 당연하죠.


던전탐험의 꽃이라고 하면 역시 숨겨진 아이템 아니겠습니까. 각 스테이지마다 아이템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고
심지어 스테이지마다 숨겨져 있는 녹슨 열쇠 4개와 낡은 열쇠를 얻으면 거점에 있는 잠긴 방을 열 수 있게 됩니다.
아이템은 주로 무기와 엑세사리로, 엑세사리는 특정 2개의 아이템을 제외하곤 중복 착용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아이템들은 유저의 수집욕을 자극해 숨겨진 아이템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 보이는 뒤의 오크통을
후드려 찹찹해주면 숨겨진 장소가?

여기에 저게 왜 있지 하면 백프롬다.
숨겨진 장소엔 요런 아이템이 똭


이 게임도 잡몹이나 보스를 헤치우거나, 상자를 열어서 얻는 정력고(망자의 소울같은 개념)를 통해 스펌을 얻어 상점에서 무기를 사고 팔거나
세이브 포인트인 크리스털에서 레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스탯은 체력, 지구력, 근력 3가지가 전부며 따로 특화캐가...가능...한...가?
(모 무기랑 함께 근력만 무식하게 올려서 모 아니면 도라는 변태 플레이 전법이 가능할지도..)
참고로 크리스털에는 창고의 기능도 있으며 무기나 아이템을 살 수는 없지만 팔 수는 있는 획기적인 편의성을 자랑합니다.


화톳불이 떠오른다...화톳불이...
무엇을 올릴까?


주저리주저리 길게 쓰다보니 장점만 나열한 것 같은데 이 게임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던전 BGM이 하나 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어느 스테이지를 가든 똑같은 BGM이 나와서 곧 식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나마 보스 BGM이 따로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무기마다 개성이 뚜렷하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아래 스샷처럼 무기마다 특성을 좀 더 뚜렷하게 만들어서 같은 종류의 무기라도 골라쓰는 재미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아도오오겐!
워~류겐!


어....음...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없었는데 쓰다보니 또 엄청 길어졌네요.
요컨데 전 재밌게 즐겼음! 이걸 존나 길게 풀어 쓴 글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실 다크소울2 리마스터 버전을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쓴 글인데...
아니 그전에 블러드본이랑 ps4를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쓴 글이기도 하고...
아무튼 이 게임에 대해서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걸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본편 평점 : ★★★★★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2D판 데몬즈소울.

좀비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만이 습격 당하지 않아



이번 게임은 '좀비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만이 습격 당하지 않아'입니다.
몹시 라노벨스러운 게임 제목인데 라노벨은 아니고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비주얼 노벨 게임입니다.
처음엔 그냥 오, 그림체 좋네.하고 지나쳤던 게임이지만 리뷰들이 하나같이 호평일색이라 뭐가 그리 재밌지? 하는 호기심도 일고,
비주얼 노벨이란 장르 게임도 한 적이 오래되었는지라 이참에 요 게임을 한 번 해보게 되었습니다.

열어보니 신세계
흔하디 흔한 주인공은 감염되지 않아

게임을 클리어하자마자 느낀 건 재밌는데 짧어! 였습니다. 짧아요. 3시간이면 클리어 가능하고 분기도 없습니다. 외길 진행..
하지만 스토리도 엉망진창에다가 스토리 텔링도 폭망이면 플레이 타임이 길어봤자 고문하는 것밖에 안되죠.
그와 반대로 이 게임은 정말 재밌는 만화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다음에 계속'이란 문구를 본 기분이랄까요.

그 정도로 게임의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지루해질만하면 전개가 빨라진다던가, 새로운 사건이 터져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죠.
게다가 이 제작사가 본격적으로 만든 첫 비주얼 노벨 작품+동인작품임에도 CG, 효과음, 연출 어느 하나 메이저 제작사에 뒤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시나리오는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더 수월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이보다 한참 못한 메이저 제작사들은 반성 좀 해야 할 정도로요.

타이틀에도 있는 캐릭터, 쿠로세 토키코. 사실 그녀는...

주인공인 타케무라 요스케는 회사에서 짤리고 백수 신세인 상태에서 일주일 동안 방콕해서 게임만 하고 놉니다.
그러던 어느날 밖에 나와보니, 세.계.멸.망. 주인공은 그런 줄도 모르고 나섰다가 좀비한테 팔을 물리고는 집으로 재빨리 도망칩니다.
좀비한테 물리면 24시간 내에 좀비로 변하지만 웬걸? 주인공은 3일이 지나도록 좀비로 변하지 않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좀비들이 자신을 마치 공기 보는 양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거리낌 없이 도시를 활보하게 되고, 그러던 중 생존자를 만나게 되는데...

좀비 묘사도 상당합니다.
 택배 왔어요~

줄거리만 보면 어디봐도 흔하디 흔한 좀비물인데 이 게임만의 독특함은 바로 주인공에게 있습니다.
주인공이 방콕하면서 일주일 동안 라스트 오브 어스만 했는지, 겁나 시니컬합니다.(조엘 빙의!)
세상이 붕괴되고 사람들이 죽어나는 세상에서 지극히 냉정하고 자신만을 최우선시 하는 판단을 내리죠.

흔한 라노벨 주인공처럼 정의에 불타오르거나 주변에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내버려두지 못하는 백기사 or 흑기사 같은 녀석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해타산적이고 의심이 많은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선 주인공이 이런 성격이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사란 떡밥을 잠깐 던져 놓기도 합니다.


이런 주인공의 성격을 초반에 대놓고 드러내는 게, 위의 스샷에 나오는 모녀입니다.
여기서 흔한 누키게 게임 : 얏호! 붕가붕가다!, 일반 라노벨 : 내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줄게! 이런 식이라면
이 게임의 주인공 요스케는 모녀가 동행해도 되냐고 묻자 요스케는 당시 자기만 좀비한테 습격을 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라서
다른 사람들도 좀비한테 습격 당하지 않으려나? 이런 안이한 생각으로 모녀와 함께 아파트를 나서지만.....결과는...

이처럼 주인공은 좀비가 자신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으니 오히려 좀비보다 사람을 피해야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기가 좀비에게 습격당하지 않고 면역이란 사실을 자위대에게 알리면 자기는 해부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사실을 숨겨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주인공은 지극히 자기 중심적으로 모든 관계를 따지는 타산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지요. 어쩌면 현실적이라 볼 수도 있구요.

물론 이런 주인공은 다른 소설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하실 수도 있지만 비주얼 노벨, 동인 게임, 히로인과 뽕짝뽕짝하는 게
주류인 요런 장르에서 이런 주인공은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그도 이 게임의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생존자 후지노 미츠키를 만나게 됩니다.
이 히로인과 만나게 되면서 주인공은 점차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와 같은 일은 조금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해타산적인 주인공이 흔한 라노벨 히로인 같은 인물과의 만남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핑크빛 만연한 이야기라기보단
나름 색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쓰지는 못하지만 여주인공이 어멋, 멋진 남자!라고 갑자기 반하거나, 주인공이 오, 이 여자는 꼭 지켜줘야 해!
난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와 같은 병맛 넘치는 연출은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요스케와 미츠키의 심리 묘사를 출중하게 그려내며 둘의 만남으로 인한 미묘한 변화를 그려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주인공인 요스케의 독백은 게임 내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H신 수는 적지만..
하나하나가 굵직합니다.




게임은 3시간 정도 플레이하면 클리어될 정도로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짧은 내용을 흡입력 있게 전달하여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매력이 넘치는 히로인과 그런 히로인과 정반대인 주인공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구요.
게임 내 풀리지 않는 떡밥도 곳곳에 뿌려져 있어서 게임이 끝나고 나서 떡밥에 허우적거릴 요소도 많습니다.
to be continue로 끝나는 게 욕이 나오기보단 다음 작품이 더 기다려지는 작품, '좀비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만이 습격 당하지 않아'였습니다.

본편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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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이 가능합니다.




※스포일러 주의(드래그)
게임이 워낙 흥미진진해서 원작 인터넷 소설을 찾아 읽어 봤습니다.
.....후속작 나오긴 글렀습니다.
요 서클이 인터넷 소설을 비주얼 노벨화해서 파는 애들인데, 이 다음작으로 다른 유명한 소설을 게임화시켰습니다.
제목은 기억 안나는데 전형적인 그 쪽 게열 소설이라 제목만 보고 패스했거든요.
즉 '좀비가~당하지 않아'는 서클에서 딱 재밌는 부분까지 게임화한 거였고 게임 다음 부분부터는 쭈욱 늘어집니다.
쿠로세 토키코는 공기화되고 후지노 미츠키는 어이없을 정도로 수동적인 캐릭터화 되질 않나..
주인공은 자기 스스로 모순되는 말을 마구 내뱉다가 작가 오너캐가 되어 메리 수 놀이에나 푹 빠지고..
마지막에는 흑기사인마냥 모든 욕을 인간들한테 바가지로 들어먹고 나 좀비랑 함께 살랭까지 보고 때려치웠지만
굳이 다시 찾아서 보고 싶지는 않군요. 게임화된 부분을 생각하면 왜 이런 꼴이 되었나 싶을 정도로 아쉽네요..